작정 기도하는 마음으로.......
예전에 나주 영산포 성당에서 사목할 때 가운데 부분이 뚫려있는 제대가 분심이 드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주일 미사 때 봉헌하러 나오면 제대 뒤에서 사제 석에서 보면 신자분들이 봉헌함에 봉헌하는 모습이 보이고, 어떨 때 봉헌하는 손과 함께 헌금까지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이런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좀 파란 지폐를 내신 분들은 당당하게 헌금함에 손을 넣지 않고 위에서 마치 사제가 보란 듯이 말입니다. 그런데 또 다른 한편으론 뭐가 그렇게 죄송한지 고개를 숙인 채, 손을 봉헌함 속으로 깊숙이 넣습니다.
그리고 무슨 죄인인 것 같이 깊은 절을 하고 들어가십니다. 그런 모습들이 보이니까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해서 제대를 바꾸었습니다. 실은 제가 그 본당에 부임했을 때 사목회 건의 사항으로 제대를 바꾸어주라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신자분들도 느끼고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돈을 내는 곳에 사람의 마음이 있습니다. 그곳에 신자분들 자신의 정성과 소원이 있기에 귀한 돈을 내놓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부자들이 자신의 많은 돈을 내는 것을 귀하게 보셨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는 저 가난한 과부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들은 모두 풍족한 데에서 얼마씩 넣었지만,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진 것을, 곧 생활비를 모두 다 넣었기 때문이다." 이 과부는 아무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던 불쌍하고 빈털터리의 외로운 여자였습니다. 그랬던 그 과부는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전 생활비를 헌금하였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부는 어떤 마음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생활비 전부를 하느님께 드렸을까요? 죽기로 작정한 것일까요? 아니면 병이 들어 더는 살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여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돈을 하느님께 드렸을까요? 아닙니다. 절대로 아닙니다. 다만, 이 과부는 이제부터 더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결심하여 자신의 전부를 하느님께 드린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보겠다."라는 작정 기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주님, 저를 받아주소서. 제가 주님만으로 만족하며 살겠습니다." 아멘.
사랑하는 고운님들!
아빌라의 성녀 대 데레사는 자기의 기도서에 끼워놓은 쪽지에 이 글을 늘 보았답니다. "어떤 것도 당신을 놀라게 하거나 불안하게 할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은 사라지지만 하느님은 영원합니다. 하느님을 소유한 사람은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저는 하느님만으로 충분합니다."
이러한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갈 때, 먼 훗날 주님 앞에 나아가서 사도 바오로의 말씀을 고운님들의 입으로도 확신 있게 고백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티모테오 2서 4장 7절)"아멘
저 두레박 사제도 확신을 가지고 '저는 하느님만으로 충분합니다.'라고 고백하면서 몸과 마음이 아픈 고운님들과 간호하는 고운님들, 그리고 고운님들의 자녀에게 주님의 치유와 회복의 은총이 임하기를 기도합니다.
영적일기를 마무리하면서.....
예수 성심 성월에 하느님만으로 만족하고, 하느님만으로 기뻐하고, 지금 고운님들에게 있는 모든 것은 하느님에게서 온 것임을 고백하면서 감사와 나눔으로 믿음의 사람이 되어 치유와 회복의 은총을 누리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강복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고운님들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조 두레박 신부님 영적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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