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복음말씀의 향기 3월 29일(월)

오점옥 2021. 3. 29. 12:01

칭찬하고 응원합니다.

 

소설가 황순원의 작품 중에 "링반데룽"이라는 글이 있습니다. "링반데룽"은 독일어인데 "링"은 "원"을, ''반데롱"은 "방황" "방랑"을 뜻합니다.

 

이 말은 등산 용어인데, "같은 지점에서 일정한 장소를 원을 그리며 계속 방황하는 것"을 말합니다. 분명 똑바로 나아간다고 믿고 걸었는데 한참 후에 바라보니 원래 출발한 그 자리에 서 있더란 말입니다. 계속해서 한자리를 맴돌다가 그 자리에서 죽고 만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등산가들이 눈사태나 폭풍우 자체보다 제일 무서운 적이 '링반데롱'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사순절을 보냈고 곧, 주님의 부활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런데 코로나 19 사순절이란 긴 시간을 좌절하고 분노하고 방황하면서 많이들 슬퍼하고 안타까워하지만, 그런데도 그 긴 시간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예수님의 옷자락을 놓지 않고 붙들고 살 수 있는 삶의 자리에서 주님의 부활을 맞이할 수 있으니 행복합니다. 지금 고운님들의 그 '행복의 자리'에서 감사한 마음으로 은총의 성 주간을 시작하셨으면 합니다.

 

그렇다면 오늘 복음에 나온 마리아에게 "가장 행복한 자리가 어디였느냐?"고 묻는다면 마리아는 어떤 대답을 했을까요? 바로 오늘 이 복음의 자리였다고 말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파스카 축제 엿새를 앞두고 일어난 일입니다. 그 일은? 비싼 순 나르드 향유 한 리트라를 가져와서, 예수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카락으로 예수님의 발을 닦아드린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밤이기에 마리아에게는 정말 행복한 순간이었고, 행복한 자리였을 것입니다. 그래서 "인생은 타이밍입니다." "가난한 이들은 늘 너희 곁에 있지만, 나는 늘 너희 곁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 정말 매일 같은 날이 반복되는 것 같지만, 같은 날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오늘이란 시간은 한 번 밖에 있지 않을 기회를 영원한 귀중한 시간과 행복한 자리로 만들었습니다. 아멘.

 

그렇다면 두레박 사제에게도 "언제 가장 행복한 자리였느냐?"고 묻는다면 "매일 미사를 봉헌하면서 말씀을 전하고 성찬레를 거행하면서 예수님의 몸과 피를 나눌 때입니다." 

 

그리고 "영적 일기와 시편 공부로 고운님들과 말씀을 나누는 그 자리입니다." 감히  저 두레박 사제가 모자라고 부족한 마음으로 주 예수님께 청해봅니다. 

 

하느님의 말씀 묵상을 통해 주신 영적 일기가 주 예수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어서 온 세상에 잡것들이 뿌려놓은 악취를 깨끗이 몰아내고, 또한 몸과 마음이 아픈 이들에게 치유의 은총을 가져오고, 그리고 고운님들의 자녀가 바라는 모든 일이 주님의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아멘.

 

사랑하는 고운님들!

이제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입니다. 우리가 맞는 성 주간은 은총의 소낙비가 쏟아지는 시기입니다. 특히 성삼일은 하늘의 문이 열려 하느님의 은총이 마구마구 쏟아지는 날들입니다. 그러니 "은총을 받아 누리십시오. 은총을 즐기십시오. 행복해하십시오. 행복을 누리십시오.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주님 부활의 은총을 마음껏 누리십시오."

 

혹시, 고운님들에게 져야 할 십자가가 분명히 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고운님들이 십자가를 지기까지 스스로 밤낮으로 생각하며 많은 고민을 했겠지만, 그래도 십자가를 짊어진 것은 고운님들에게는 참 잘한 일임을 칭찬하고 응원하고 싶습니다. 고운님들, 수고하셨습니다. 앞으로도 저 두레박 사제는 십자가를 품고 살아가는 고운님들을 변함없이 칭찬하고 응원하는 기도를 해 드리겠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 두레박 사제는 십자가를 지는 행복의 자리에서 몸과 마음이 아픈 고운님들과 간호하는 고운님들, 그리고 고운님들의 자녀에게 주님의 치유와 회복의 은총이 임하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영적일기를 마무리하면서....

2021년 성 주간을 보내는 지금도 코로나 19로 인해 고운님들의 삶의 자리는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이겠지만, 그래도 그 긴 세월 예수님을 붙잡고 살았으니, 도움이 절실히 필요로 한 고운님들에게 치유와 회복의 은총을 누리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강복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 전능하신 천주 성부와 (+) 성자와 성령께서는 고운님들에게 강복하시어 길이 머물게 하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