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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잘것 없지만.....>
제가 어느 본당에서 노숙자 음식 대접을 할 때, 항상 의논하고 도움을
받았던 자매님이 계셨는데 국수 가게를 하셨습니다. 가끔 무슨 일로
가계에 들리면 반드시 점심이나 저녁을 먹고 와야 합니다. 그래서 가
령 식사 시간 때를 피해서 오전 10시에 가도 기다렸다가 점심을 먹고
와야 하고, 오후 3시나 4시에 가면 기다렸다가 저녁을 먹고 와야
합니다.
어느 날 가니.... 또 기다렸다가 점심을 먹으랍니다. "자매님, 오늘은
방금 점심을 먹고 왔습니다."라고 말했더니 "진짜세요, 오늘 돼지고기
좋은 것이 있으니까, 김치찌개 할 테니 저녁 잡숫고 가쇼. 신부님, 그
동안 묵주기도 하고 계시쇼. 난 국수 육수 물을 빼고 있을 테니까요."
그때 시간이 오후 4시였습니다. 묵주 20단 넘게 하고 저녁으로 맛난
김치찌개를 먹고 왔습니다.
좌우간 사제도 기도하게 만드시니 이런 자매님 앞에서 그저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가게에 갈 때마다 이렇게 대
접받고, 반드시 노숙자들 식사 준비를 위해 감사헌금도 내놓습니다.
언젠가 그 본당을 떠나고, 그 자매님은 자식들이 잘되어서 자식들의
간곡한 부탁으로 외국으로 함께 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거기
에서도 국수집을 하고 계실까요? 연락이 끊긴 지가 13년이 넘었는데
그때 생각해 보니,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묵주기도를 자매님과 함께
기도한 적도 있고, 많은 이야기도 했고, 그리고 기도도 해 드렸습니
다. ☞ 그 자매는 사제를 영적으로, 육적으로 배부르게 해주셨습니다.
아직도 그 자매님께서 노숙자 식사 준비를 위해 도와주셨던 사랑과
은총을 좋은 추억으로 느끼면서 삽니다. 아멘
오늘 복음을 보년,많은 여자가 예수님꽈 열두제자를 헌신적으로 섬기
고 있습니다. 그 여자들 중에는...마귀들린 여자, 권력 있는 여자. 부자
인 여자, 가난한 여자, 건강한 여자, 병든 여자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자들은 자기 형편에서, 분명 자기 힘 닿는 데까지 열심히 예수님
을 섬겼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 여자들은 예수님께 큰 사랑과 은총을
느꼈을 것입니다. 여자들은 "와" 하고 감동을 합니다. "보잘것없었지
만, 그것이 큰 은총을 가져오는구나!" 욥기 8장 7절에...이런 말씀이 있
습니다. "자네의 시작은 보잘것없었지만 자네의 앞날은 크게 번창할
것이네."
사랑하는 고운님들!
지금 우리 마음 안에 십자가에서 베푸셨던 예수님의 사랑과 은총이
아직 있습니까? 예수님은 당신 자신을 위해 수난당하시고, 침 뱉음을
당하시고, 가시관을 쓰시고, 모욕당하시고, 그리고 십자가 나무에 못
박히신 것이 아니라 저희를 위해 당하신 것입니다. 저희 마음을 튼튼
히 하기 위합니었음을....
십자가의 예수님을 바라보십시오, 느끼십시오. 그리고 감사하십시오.
그러면 그대로 이루어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사랑하
시는 훈육하시고 아들로 인정하시는 모든 이를 채찍질하신다."(히브
리서 12장 6절)이 성경 말씀을 잊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아멘.
저는 사제의 길을 걸으면서 가끔 이런 묵상을 합니다. 언젠가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힘찬 연어들처럼,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으 도무지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신비한 이유를 묵상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언제부터인가 걸어 걸어가는 이 사제의
길을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이 가야만 하는지 알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이 사제의 길이 나 자신에게 너무나도 많은 축복이란 걸 수없
이 깨닫게 됩니다. 수없이 많은 일이 걸어가야 할 내 사제의 앞길에 있
습니다. 그렇게 다시 그 길을 가다 보면, 걸어 걸어 걸어가다 보면, 어
느 날 그 모든 일을 감사하는 날이 올 것을 믿습닌다. 아멘.
영적일기를 마무리하면서.....
'자네의 시작은 보잘것없었지만 자네의 앞날은 크게 번창할 것이네 (욥
기 8장 7절)." 십자가 앞에 서 보십시오. 그리고 느껴보십시오. 그 사랑
과 은총을, 그리고 고운님들 자신이 힘닿는 데까지 하느님을 섬기시는
은총이 있으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강복합니다.
[조창현 클레멘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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