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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개의 시간을....
지난 화요일에 1박 2일 동안 목포에서 있었던 춘계사제 연수회
를 다녀왔습니다. 병원사목 하던 사제랑 아침 식사를 하는데,
그 사제가 "형, 요즘도 영적 일기를 올려요?' 라고 묻습니다.
그래서 그럼, '영적일기를 올린다'고 했더니 그 사제가 그럽
니다. 영적일기를 늘 보내주던 자매님이 세상을 떠나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일기를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
그랬구나!" 갑자기 눈 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이 자매님은 광
주에있는 무등산에서 담양으로 넘어가는 길에 암 요양병원에
계셨던 분이셨습니다. 작년으로 기억하는데 성전에서 오후 3
시에 자비기도를 하고 나오는데, 형제님 1분하고 자매님 2분
이 성당 마당에서 저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두레박 신부가
누구인지 만나보러 오셨답니다.
마당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어디서 오셨냐?" 고 물
었더니 그때서야 그 '암 전문 요양병원에서 오셨다' 고 하셨고,
돌아가신 자매님께서 영적일기를 받아서 전국에 있는 암환자
들에게 전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사제관에 들어가셔서 차 한 잔하고 가시라고 했더니, 저
녁 밥 시간이 되어서 가신다고 하십니다. 그러면 다음에 오셔
서 저와 함께 미사 봉헌하고, 사제관에서 차 한 잔이라도 대접
할 수 있었더라면, 제가 '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
었겠다'라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그 자
매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나중이라도 듣고 그 영혼을 위해
기도하고 미사를 봉헌하면서 회개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다
행이라고 생각되어 졌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고 미사
성제를 봉헌하는 것이 제가 회개하는 삶임을 깨달았기 때문입
니다
오늘 복음을 보며,, 예수님께서 빌라도가 과월절에 예루살렘이
올라와 제물을 바치려던 갈릴래아 사람들을 죽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갈릴래아 사람들은 이방인이 아니고 유다
인들이었고, 게다가 성전에서 하느님께 제물을 드리고 있었을
때 그런 변을 당한 것입니다. 그러자 사도들이 하느님을 믿는
이들에게 그것도 하느님께 제물을 드리고 있을 때, 어찌 그렇
게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었습니
다. "그들이 죄가 크고 많아서 그런가?" 당시 유다인들, 특히
예루살렘에 사는 유다인들은 "사람의 죄가 크고 많기에 그 벌
로 몸과 마음에 고통을 받고 급기야 죽임을 당하는 것이다."라
고 생각하였습니다. 당시에 예루살렘에 사는 유다인들은 갈릴
래아 사는 유다인들을 무시했거든요.
그러나 예수님께서 "아니다" 라고 하시면서 그들에게 말씀하
셨습니다. "너희는 그 갈릴래아 사람들이 그러한 변을 당하였
다고 해서 다른 모든 갈릴래아 사람보다 더 큰 죄인이라고 생
각하느냐?"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처럼 멸망할 것
이다" 이 말씀은 우리 모두 변을 당해야 할 죄인이라는 것입
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그런 변을 당하지 않고 살고 있는지 아
십니까? 우리가 다른 사람들보다 의롭기 때문이 아닙니다.
단지 하느님께서 저희를 불쌍히 여기시어 자비를 베푸시고 회
개할 기회를 주셨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베드로 2서 3장 9절에 보면... 사도 바오로가 마씀합니다. "어
떤 이들은 미루신가고 생각하지만 주님께서는 약속을 미루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여러분을 위하여 참고 기다리시는 것입니
다 아무도 멸망하지 않고 모두 회개하기를 바라시기 때문입니
다 "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에 사는 유다인들의 생각이 틀
렸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실로암의 탑이 무너져 깔려죽은 열
여덟 사람의 이야기를 해 주신 것입니다. 실로암은 예루살렘
에 있는 연못입니다. 예루살렘에 가까운 물이 풍부한 기혼(열
왕기 상권 1장 45절 참조)샘에서 수로를 통해 예루살렘 성안
으로 물을 끌어 들여서 물을 모아 둔 곳이 실로암이었습니다.
이 실로암에서 물을 여러 갈래로 만든 수로를 통해 예루살렘
성 안 곳곳에 공급하는 매우 중요한 곳이었기에 탑을 세워 그
곳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탑이 무너져 열여덟 사람
이 깔려 죽은 것입니다.
분명히 그 열여덟 사람은 나쁜 일을 하다가 죽은 것이 아니었
습니다. 단지 그들은 그 때 그자리에 있었기에 죽임을 당한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즉 탑이 무너지ㅣ는 사고로 깔
려죽은 사람은 죄가 있는 나쁜 사람이고, 사고 없이 멀쩡하게
살아 있는 사람들은 죄가 없는 착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에 사는 유다
인들에게 "너희의 생각이 틀렸다."라고 하시면서 또 말씀하셨
습니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처럼 멸망할 것이다"
사랑하는 고운님들!
오늘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회개'가 뭘까요? 라고 저에게 묻는
다면 저는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당신 없이는 나는 아무것
도 아닙니다"그래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자신만을 위해 사용
하지 않는 것..내 주변의 사람들을 돌아보는 것..그리고 내가 기
억하는 이들을 위해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나의 것을 다른 이에게 주는 것, 또한 다른 이들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내가 이루고자 하는 일을 이룰 수 있는 희
망의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예들 들어...내가 있는 삶의 자리에
서 누군가에게 따스한 마음이 담긴 말 한마디를 하는 것, 그리
고 불쌍한 영혼을 위해 연미사와 몸과 마음이 아픈 이들을 위해
생미사를 봉헌할 수 있는 나눔과 베풂이 고운님들 자신이 이루
고자 하는 일을 이루게해주는 준 희망의 선물입니다.
부족하지만 두레박 신부의 영적일기가.. 고운님들에게 삶을 새
롭게 바라보면서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은총의 시작이라면, 고운
님들 역시도 다른 누군가에 삶을 새롭게 바라보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이유가 되도록 나눔과 베풂을 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영적일기를 마무리 하면서 ...
"당신 없이는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 이런 마음으로 작은 베
풂과 나눔을 한다면, 고운님들 자신에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은
총의 시작이면서, 고운님들이 이루고자 하는 일들이 이루어지게
하는 희망의 선물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강복합니다.
"아멘"
조창현 클로멘스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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