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복음말씀의 향기 1월 4일(월)

오점옥 2021. 1. 4. 13:35

평화의 주님! 하루의 묵상글이 될 이 묵상글을 받아보는 모든 이들을 축복하시고 주님의 뜻대로 살게 하시며 은총 주소서!

 

<교회는 세상 가장 낮은 곳에 인간 세상 한 복판에 자리 잡아야 합니다.>

 

축구 신동이나 축구 천재라고 불리는 아이에게 어디서 데뷔전을 치르고 싶냐고 묻는다면, 그 누구도 동네 축구 운동장이나 7부 리그 경기장이라고 대답하지 않을 것입니다. 좌석수가 10만 가까이 되는, 전 세계 모든 축구인들의 성지(聖地)로 불리는 웸블리 스타디움이나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 누 경기장에서! 라고 외칠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데뷔 무대가 어디냐에 큰 관심을 갖고 신경을 씁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어떠하셨습니까? 예수님께서는 당대 가장 잘 나가던 도시, 거룩한 도시의 상징 예루살렘을 선택하지 않으셨습니다. 혹시 유다 지방에서 활동을 개시할 것인가? 했더니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 지방을 선택하셨습니다. 당시 갈릴래아는 여러 면에서 낙후된 지역이었고, 또한 '촌구석'이었습니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별 볼일 없는 지방으로 사람들의 인식되어 있었습니다. 지방 출신 사람들이 예루살렘에 가면 다들 '촌놈'왔다고 떠들어댔습니다.

 

왜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 광장 한 가운데서, 당대 영향력있는 종교 지도자들과 지식인들, 권세가들 부자들 앞에서 당당히 시작하지 않으셨을까요? 홍보 효과도 훨씬 컸을텐데 말입니다.

 

예수님께서 갈릴래아를 우선적으로 선택하셨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묵상해봅니다. 이는 가난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하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유다 왕실이나 정치 1번지, 휘황찬란한 번화가나 초호화 전원 주택 마을이 아니라, 가난한 백성들의 슬픔 속으로 헤집고 들어가십니다. 고통 받는 백성들의 정말 한 가운데로 끼어드십니다. 상처 입은 백성들의 탄식과 눈물 한 가운데서 활동하십니다. 바로 우리들의 삶 한 가운데서 생활하십니다.

 

오늘날 갈릴래아는 어디입니가? 구차스런 우리의 삶 한 가운데입니다. 짜증나는 우리의 일상 한 가운데입니다. 상처투성이인 우리 인간관계 한 가운데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교만한 사람들을 부끄럽게 하시려고, 작은 곳, 갈릴래아를 선택하셨습니다. 겉멋만 잔뜩 든 휘황찬란, 위풍당당한 당대 대도시들의 위선과 타락을 산산조각 내기 위해 작고 낮은 도시에서 시작하신 것입니다.

 

과거 교회는 보통 도시의 한 가운데, 가장 높은 언덕 위에 위풍당당하게 자리 잡곤 했습니다. 세상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둔 높은 곳에 고색창연하게 서있었습니다. 그러나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영성에 따르면 교회는 세상 가장 낮은 곳에, 인간 세상 가장 한 복판에 자리 잡아야 합니다.

 

교회는 죄인들을 까마득한 교회의 첨탑 위로 끌어올리기보다, 죄인들이 득실대는 삶의 현장 한 가운데로 스며들어야 합니다.

 

하느님의 생각은 우리 인간의 생각과는 자주 상반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우리 인간의 시선으로 대단해보이는 것들이 하느님 앞에서는 아무 것도 이닐 가능성이 많습니다. 

 

반면에 우리 인간의 눈으로 볼때 아주 작아보이는 것이 하느님께는 엄청나게 위대할 수가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